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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는 김태호PD의 음악을 자신의 기획에 녹여 넣는 재주는 두말할 것 없지만, 이번 MSG워너비 편은 [놀면 뭐하니] 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전개가 빠르지 못하면서 화제성을 다 못살리고 조금 늘어지는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2000년대 SG워너비 스타일의 미디엄 템포 발라드를 싫어한다.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고 순화해서 쓸 수도 있었으나 굳이 싫어한다고 표현한 데에는 그때 당시 이런 풍의 노래들이 너무 많이 나와 질렸기 때문이다. 리치의 '사랑해 이말밖엔'과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1년'에서 끝났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효리마저 이런 미디엄 템포를 불러제끼는 상황이 도래하니 정말 하나 히트하니까 모두 미쳐 돌아갈 정도로 미디엄 템포만 내놓는 현실이 참 그랬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것도 다 젊어서 부리는 몸부림 중 하나였다. 이해한다. 원래 배구에서도 윙스파이커 통한다 싶으면 계속 올려주니까. 블로킹에 3연속 막히지 않는 한 말이다.  

 

이효리도 불렀던 미디엄 템포 소몰이

 

그래도 그 시대를 고증하겠다고 하면 당연히 마땅히 불러와야 할 그 이름 '박근태'가 정확하게 그 자리에 있어서 좋았다. 박근태는 M.O.M 뿐만 아니라 정상동기에게 곡을 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첫 히트작인 '정말 사랑했을까'의 작곡가이기도 했기에, 그를 음악이 만들어 지는것에 중심에 둔 것은 적절했다. 예전에 음악 관계자에게 들었던 이야기 (그렇기에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중 박근태는 자신의 음악이 '리듬앤 보이스', 즉 R&V라고 생각한다고. 끝내주는 리듬과 멋진 목소리가 -어떤 팝이든 다 그렇겠지만- 자신의 음악에서 다른 어떤것보다도 중요하다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이유인지, M.O.M의 [바라만 본다]는 압도적인 보이스를 가지고 있는 강창모의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 강창모의 노래가 되어 버린다. 많이 묻어가고, 감추려고 애쓰지만 워낙에 도드라지는 목소리라 강창모 혼자 노래를 불러도 될 것을 굳이 네명이서 나눠 불렀다는 느낌도 들어 아쉽다. 오히려 하모니를 잘 살린 곡을 만들었으면 좋았겠지만, 2000년대 이후 하모니를 살린 듀엣이나 중창은 쇠락하는 추세였으니. 하지만 워낙 친숙한 멜로디와 리듬이라 방송에선 정상동기의 노래보다 많이 에어플레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M.O.M의 최고의 순간은 태연의 [만약에]를 불렀던 순간이었다. 그때 강창모의 목소리는 가창력을 가진 사람이 철저히 팀플레이로 자신의 장점을 팀에 녹여내면 어떤일이 일어나는가를 보여준 마법같은 순간이었다. 그런 곡을 기대했지만 그냥 SG워너비 스러운 곡이 나왔다.

 

노래로만 치자면 정상동기의 [나를 아는 사람]이 위에서 언급한 태연의 [만약에]를 불렀을때의 순간처럼 짜릿함이 있었다. 리듬은 예전 보이스투멘 Boyz II Men과 베이비페이스 Babyface를 연상시키는 1990년대 중후반 스러운 느린 발라드지만, 이제는 뭔가 그들만의 것이 확립된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두명, 나얼과 영준의 프로듀싱으로 브라운 아이드 소울 클론을 만들어 냈다. 특히 김정수의 보컬은 놀면 뭐하니 에피소드에서 보였듯 그동안 '준비해온 사람'이 낼 수 있는 것이었고, 김정민스러움을 걷어내고 담백하게 부르는 장면에선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상이나 정기석, 이동휘의 파트 분배도 [바라만 본다]보다 매끄러움이 있었고, 가장 좋은 것은 요즘은 드물지만 항상 듣고싶었던 중창스러운, 하모니가 있는 음악이 나왔다는 점. 다만 워낙 브라운 아이드 소울틱해서 곡을 듣는 내내 나얼의 목소리가 얹혀진 버전을 들어봤으면 하는 이상한 바램이 생기기도 했다. 

 

 

굳이 그때 들었던 노래들을 소환하고 싶지 않은 입장에서 놀면 뭐하니를 좋아하는 팬의 입장으로 어느정도 이해하고 지켜봤다. 느낌으로 MSG워너비 프로젝트는 놀면 뭐하니에서는 종영을 하는 시점이 오겠지만, 싹쓰리처럼 1회성으로 끝날 프로젝트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사이드 유닛을 계속 해나갔으면 좋겠다는 구성원들의 의지가 보이는 지라 MSG워너비라는 이름을 걸기는 어렵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후의 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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